직장인들의 표류기

일본 젊은 세대 8명의 이직 원정기 인터뷰이고, 가장 공감 가는 이야기는 마지막 두 이야기였는데, 그들만큼 훌륭했던 건 아니지만 일정 부분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평생을 책임져주는 직장이나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만 "표류"라는 말은 직업인으로서 공감 가는 이야기이다. 성공이나 실패 사례가 취재된 것이 아니라 일본의 젊은 세대들이 직업과 직장을 갖기 위해서 고민하고 부딪히며 개척해 나가는 아직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과정들이 지루하지만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누구나 겪고 있고 공유하면서 고민하는 내용이지만 내놓고 속 시원하게 이야기하기 힘든 이야기들이다. 내 옆에 동료든 내 친구든 붙잡고서 편안하게 경험한 직업 세계의 이야기나 이직 내용을 속 시원하게 이야기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직장생활 이야기이다.

저성장 시대의 일본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고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고 처신하면 좋을지를 고민해 볼 수 있도록 한다. 더 젊고 공감할 수 있는 세대들에게 필요한 이야기일 수 있겠지만 넓은 범주의 직장인으로서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입장에서 측은하지만 애써 책 속 이야기에서 위안을 삼는다.

여러모로 이 책을 읽던 시기에는 바쁘고 정신없던 시기였고, 내가 하고 있는 직무에 대한 도전과 실패 그리고 회의를 갖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책이 주는 위안은 이렇게까지 난 치열하지는 않았다는 것과 그래도 현 위치까지 오기까지 지금의 젊은 세대들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평생직장을 염두하고 직무를 수행하던 시기도 있었지만 이제는 꿈꾸는 과거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 평생 직업을 뒤쫓는 것이 노동의 가치로 먹고사는 인간의 책무라고 할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고단하다는 것만은 무시할 수 없다.

이나이즈미 렌 작가가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이력은 어쩌면 저성장 사회로 진입했던 시기의 이력이지 않았을까 싶기다. 직업이라는 것이 생계의 수단으로 살아가는데 중요한 것만은 변함이 없지만, 직업 세계를 바라보는 세대의 시각이나 대처 그리고 생각하는 것은 다르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이라면 훌륭한 성공 이야기는 아니자만 담담하게 고민하는 나와 같은 동료들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아 주었다는 것이다. 이야기야 스타일에 따라 맞을 수도 안 맞을 수도 있지만, 현시대에 보통 사람들의 진솔된 이야기를 마주할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다.

직장생활을 준비하는 젊은이들이 대한민국과 개인의 현실을 올곧이 받아들이면서 다른 사람의 "표류기"를 관찰해 보고 싶다면 한 번쯤은 읽으면서 공감해 보길 바랜다.

직업 표류
국내도서
저자 : 이나이즈미 렌 / 이수미역
출판 : 샘터사 20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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